김장을 앞두고 고향에 놀러 가 할아버지 댁 텃밭을 봤다. 이른 겨울이 찾아와 눈을 맞은 작물 틈 배추들이 크게 잎을 벌리고 있었다. 내가 심은 배추는 고랑도 삐뚤빼뚤하고 벌레 먹은 것도 많아 상태가 제각각인데 할아버지가 기른 배추는 못난 것, 벌레 먹은 것 하나 없이 ..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다. 아쉬움과 새 희망을 안고 올해의 마지막 전시회를 준비한다. 함양에서 미술단체가 생긴 지도 20년이 되었다. 군단위에서는 특히 농촌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 미술활동은 행정의 관심도나 지원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좀 더 활발한 미술활동을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곧 대학생이 된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다는 점이다. 삶의 여정 중 모든 시기가 다 중요하겠지만 뭐니 해..
고등수학에는 미분과 적분이 있다. 미분은 덩어리를 잘게 쪼개는 과정을 공식으로 정리한 내용이고 적분은 잘게 쪼개져 있는 요소들을 쌓으면 형태를 갖춘 하나의 덩어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공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잘게 쪼개는 개념은 근현대의 산업발전에서 산업 활동들을 분..
파란 하늘에 갈대꽃 부풀어 바람을 타는 햇살 좋은 날, 개울 물소리 맑아 하늘 구름을 담아 흘러가는 계절이다. 마을 어귀를 돌아 학돌 옆 우물 샘이 있는 집으로 간다. 길가 논바닥에 잘린 벼 밑동에서 타작 냄새가 길게 난다. 산 그림자 길어지고 마구간에 불이 켜지면 가..
함양군민이라면 누구나 우리군이 잘되기를 바라고 군민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것이다. ‘91년 기초의원 선거를 실시한 이래 그동안 선거구와 의원수 조정 등을 통하여 현재 우리군은 비례대표 1명을 포함 전체 10명의 의원이 3개 상임위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
책을 읽지않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어느 인스타그램의 글에 댓글을 단 적이 있다. 평소 댓글 다는 일은 없는데 피드를 올린 이의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인상깊었던 아래의 문장을 댓으로 달았다. “그(그레고리우스)는 이 세상에 두 ..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망 등 연이은 선생님들의 사망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교권의 추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예방할 수 는 없었을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을 지도 내지는 훈육할 수 없는 교육현장에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무더운 여름날 바닷가를 걷다보면 넓게 펼쳐진 모래 사장에 찍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게 된다. 나보다 먼저 그 바닷가를 거닐었던 사람들의 발자국인 것이다. 때로는 파도에 씻기고, 또 때로는 바람에 살짝 지워진 발자국에 새로운 발자국을 내다 보면 ‘역사도 이..
자정 무렵, 앞산 너머 지리산 쪽 하늘이 점점 훤해졌다. 두 시간이 넘도록 멀리 남쪽에서 무슨 폭발음 같은 굉음이 들리는데 단순한 천둥 번개는 아닌 듯싶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
비로소 가을이다. 산속에 살면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다채롭다. 오도재만큼 함양에서 가장 빨리 가을을 마주하는 곳이 있을까. 구름이 적고 하늘이 높아지고, 볼을 스치는 바람이 쌀쌀해졌음을 느끼는 일. 여름옷을 하나둘 정리하고 묵혀두었던 겨울 이불을 꺼내는 일. 밤을 ..
필자는 중학교 때 교내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전국 대학에서 주최하는 전국 중·고 미술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했었다. 서울, 대구, 경남권 대학위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매년 빠짐없이 참가했었다. 참가 부문은 풍경사생화로 수채화를 했었다. 중학생 ..
엊그제 읍내 시장에 들러 얼기미 체 하나를 샀다. 텃밭에서 수확한 참깨며 들깨 같은 곡식을 까불러서 쭉정이나 검부러기를 없앨 요량으로 내친 김에 작은 키도 하나 샀다. 노부부께서 대나무로 손수 만들어 파는 물건에 눈이 갔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가성비 기준으로 요긴한 ..
이 글에서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나’라는 실물이 인간 종족의 한 개체로서 누구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가 잠깐 되짚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한다. 현생의 인간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학적 유전적 근거로서 동일종으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필시 나는 호모 사피엔스..
시골 다랭이 논의 풍경은 언덕배기에 노란 들국이 피고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일 때가 절정이다. 곡선 논두렁을 따라 누렇게 익은 가을 벼를 보면 눈이 부시다. 잘 여문 벼 이삭은 농부와 자연이 만들어 낸 시간의 결정체이며 예술 작품이고 우리의 생명을 지킬 소중한 양식이다..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그것은 지난 2월 27일 환경부에서 설악산 오색색도 설치사업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조건부 협의(동의)로 결정해 허가를 했기 때문이다. 2012년도에 지리산권을 둘러싸고 있는 함양군, ..
한겨례 기획기사(23.6.13-17) ‘챗지피티 6개월, AI의 두 얼굴’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생각던 것 중에 ‘AI 면접관 서비스 출시 입박’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교육, 의료, 법률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알 만큼 아는 일이지만 ‘인간적인 것의 종말..
이제 대한민국에서 장마라는 말 대신 우기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경험하는 장마의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쉽게 동의가 되어졌습니다. 신약성경 갈라디아서 6장 7절에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
“내는 모니터로 문서를 보면 어지러워 못 봅니다” 국회 상임위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이란 분이 의원들의 추궁에 부지불식간 뱉은 말인데 정쟁이 되어 버린 사실관계야 논외로 하더라도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가 국회에서 당당하게 할 말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행정업무..
요즘 학생들은 학교라는 사회생활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경쟁 사회에도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자기 판단력이 부족한 초등학생 때는 앞으로 접하게 될 고난도의 학습을 준비하기 위해 기초 학습을 다지기 위해 부모가 정한 지침과 방향으로, 중·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